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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바뀌어도

아마 완성할 일 없을 찰스에릭 단문.

"나는 막스 아이젠하르트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열 일곱 살에 에리히가 되었지. 숙부에게서 따온 이름이었어. 그 즈음에 숙부는 매일 같이 폴란드 국경을 넘어가며 게토에 생필품을 반입하는 일을 맡고 계셨고, 그 분이 총살된 후엔 내가 그 일을 이어받았으니까. 1962년 엘리스 섬에 들어오면서 그 뒤에 렌셔라는 성이 붙었고 에리히(Erich)라는 이름은 너희 앵글로 색슨의 발음을 따라서 에릭(Erik)이 되었어. 20년 후에 모든 미련을 버리고 마그다와 함께 숲 속에 칩거하려 했을 때는 헨리크라 불렸고."


"이 모든 이름이 넌 그저 예명일 뿐이라고 말하겠지? 프로페서X, 레이븐, 비스트, 나이트크롤러, 스톰 같은 코드네임일 뿐이라고. 그런데 나는 너무 많은 이름들을 가지고, 버리고, 숨기고, 붙여져서 이제는 어느 것이 진짜 내 이름인지 모르게 돼버렸어. 그런데 지난 이십 년 간 내게 붙었던 매그니토란 칭호가 이제는 '혁명가'가 아닌 '수호자'가 되어 불린다고? 막스였던 사십 년 전부터 나는 한 번도, 내 이름을 내 이름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단 하나를 빼고 말이야?"

"그래."

매그니토―테러리스트, 급진주의자, 뮤턴트의 혁명가, 뮤턴트의 수호자.

"에릭, 그럼에도 너는 여전히 매그니토야."

"너희 어머니께 너는 막스였고, 바르샤바 게토의 사람들에게는 먹을 것을 밀매해주는 '용감한 에리히'였을 테고, 나와 레이븐, 알렉스, 션, 행크, 엔젤, 다윈에게는 에릭이었지. 니나와 마그다한테는 사랑하는 파파 헨리크, 이국에서 온 사랑하는 남편 헨리크."

"하지만 매그니토라는 이름은…… 그 이름을 처음 부른 사람은 레이븐이었지만, 그걸 너의 이름으로 만든 사람은 너였지 않아?"

"……"

"에릭, 지금 내가 너를 에릭이라도 불러도 괜찮을지 잘 모르겠어.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네가 내민 여권 속 그 가짜 예명이 내게는 너라는 사람 그 자체가 되어버려서, 이젠 너와 너의 그 에릭이란 이름을 떼어낼 수가 없게 돼버렸거든."

"하지만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사자라 부르는 맹수를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굳건한 그 용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그러니 나는 네가 어떤 이름으로 불린다고 해도, 어떤 매그니토로 불린다 해도, 여전히 같은 장미고 같은 사자일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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