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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어콜린스] 재회 1.5

2로 빼기엔 짧아서 1.5

장애를 얻고 나서 깨달은 사실은 장애인도 사랑을 하고 성욕을 가진다는 점이었다. 몸이 멀쩡했을 때는 사지 어느 한 군데가 불편해지면 섹스나 연애는 먼 세상의 일이 되는 줄로만 알았다. 다리가 없는 남자는 어떻게 삽입을 할까 라든지, 심한 화상을 입은 사람은 어떻게 키스를 나누고 애무를 하는지 따윈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막연히 그들은 사랑을 나누지 않겠거니 짐작하고 말았던 것이다. 얼마나 바보 같은 착각이었는지. 사람은 적응하기 마련이어서, 일단 변한 몸에 익숙해지고 나면 사그라진 줄 알았던 성욕도 조금씩 제자리를 되찾는다. 살아있는 이상 누구나 사랑을 나누고 싶고 몸을 겹치고 싶다. 그 자연스러운 섭리를 잊고 있던 탓에 콜린스는 뒤늦게 돌아온 애욕에 밤잠을 설쳤다.

파리어한테서 돌아가란 말을 들은 이후로 일주일이 흘렀지만 끝내 그의 주위를 떠나지 못했다. 고향집으로 돌아가도 될 법한데, 무슨 심리 때문인지 런던을 떠날 수가 없었다. 또 거절당할까봐 차마 파리어가 머무는 곳에 찾아가지는 못하면서도 그가 나타날 만한 장소 곳곳을 헤매고 다닌다. 실제로 마주친 적은 한 번도 없다. 반복되는 미련 속에서 자신에 대한 혐오만이 자라날 뿐이다. 그리고 자존심을 모르는 성욕도.

그날 아침도 콜린스는 지난 밤 꿈에 찾아온 파리어의 기억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은 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파리어에게 매달려 사랑과 애무를 갈구하던 자기 모습이 떠올라 혐오스러웠다. 꿈속의 자신은 흉터를 뒤집어쓴 몸으로 그에게 예전 같은 애정을 조르고 있었다. 깃털처럼 하얗고 폭신한 구름에 감싸여 파리어의 품에 몸을 맡겼다. 가슴을 맞대고서 그를 꼭 끌어안고 있으면 파리어가 눈꺼풀과 입술, 흉하게 얼룩진 피부 곳곳에 입을 맞춰 주었다. 심장 뛰는 소리가 전해질 만큼, 피부 너머의 온기가 전해질 만큼 꼭 안아주었다. 그의 입술을 찾아 샘물을 찾듯 입술을 갈구하면 거부하는 기척 없이 키스로 대답해준다. 귓가에 속삭이는 말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다정했다.

‘괜찮아. 예뻐, 콜린스. 절대로 떠나지 않아. 곁에 있을게.’

넌 언제나 아름답다고, 나쁜 꿈은 지나갔으며 남은 날은 함께 할 아침뿐이라고. 이곳에서 우린 쭉 같이 있을 거라고. 다독여주는 목소리에 이끌려 한참을 어린아이처럼 응석을 부렸다. 긴 여행을 마치고 둥지로 돌아온 새처럼 그의 다독임에 날개를 묻었다. 놓칠 새라 그 다정함에 기대어, 옛날처럼 사랑을 나눴다. 안겨들고, 보채고, 사랑하고, 사랑받았다.

농밀해진 꿈속에서 콜린스는 파리어와 몸을 겹친 채 허리를 흔들었다. 다신 사라지지 못하도록 다리를 얽어 꼭 끌어당겼다. 키스를 원하면 키스를 주고, 포옹을 원하면 포옹을 주었다. 그의 입술이 어루만져 줄 때마다, 그 달콤한 꿀이 피부 곳곳에 남은 흉한 얼룩까지 모두 지워주리란 상상을 하며 온몸을 내맡겼다.

그러다 눈을 떴을 때 낯선 호텔 침대에는 자기 혼자뿐이었다. 몽정한 사정액이 다리 사이에 말라 붙어 속옷을 축축하게 적셨고, 옆자리는 싸늘하게 식은 그대로였다. 싫다고 떠난 사람을 상대로 몽정했다는 사실보다도 더 절망스러운 것은 화상 흉터를 애무해주는 파리어를 상상하던 자신의 꼴이었다. 그가 두 번 다시 이 얼룩진 살갗을 사랑스럽게 봐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하물며 입을 맞추는 일은 없을 거란 걸 본인으로부터 똑똑히 들었으면서. 초라하고 비참해서 눈물이 흘렀다.

눈을 뜨고도 한참을 꿈속의 정사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겨우 몸을 일으킨 건 조금이라도 더 침대에서 미적거렸다가는 파리어를 상대로 또 음란한 상상을 할 것이 두려워서였다. 비척거리는 몸으로 더러워진 속옷을 대충 헹군 다음 나갈 채비를 했다. 단정히 차려입은 모습이 어젯밤 꿈속의 모습과 비교돼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꿉꿉한 기분을 떨쳐내려고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머무는 숙소의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저 멀리 모퉁이 뒤로 익숙한 그림자가 비쳤다. 둥근 어깨와 살짝 근육이 빠진 뒷모습. 그 사람이었다. 알아본 콜린스가 걸음을 내딛으려는 순간, 그림자는 사라져버렸다. 그곳에 있었단 사실을 숨기기라도 하듯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기색이었다. 남자가 사라진 자리에 대신 빗방울이 웅덩이지는 광경을 콜린스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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