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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톨비쉬에 관한 개인적인 단상

불확실성과 불안: 인간의 조건

정말 개인적인 잡담+최애 생각 


만사에 단 하나의 고정불변한 진리가 있다면(혹은 그렇다고 믿을 수 있다면), 인생은 좀 더 살기 편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덜 무서워지는 법이고 미래도 마찬가지니까. 반대로 하나의 진리가 없거나, 혹은 본래 있었는데 갑자기 깨져버리면 그때부터가 삶이 혼란스러워지는 시간인 것 같다. 불확실성은 불안을 야기하고, 나를 받쳐줄 안전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미래를 넘어 지금 이 순간의 현실까지 힘들어진다.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예를 하나 들자면, 어느 날 갑자기 피부가 트러블로 뒤집어졌을 때 '여드름에는 이게 최고지!'라고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으면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늘 믿던 그 방법이 어느 날부터 효과가 없어지거나, 책을 통해서건 전문가를 통해서건 그건 사실이 아니란 말을 듣게 된다면, 이제 엄청나게 불안해지는 거다. 여드름 자체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심리적 압박을 받기 시작하는 거지. '그럼 여태 내가 믿고 써왔던 비책은 뭐란 말이야?' 

조금 덜 촌스러운 예를 들자면, 진로고민이 이와 비슷하다. 인생에 보장된 절차가 있어서 '이거 다음엔 저걸 하고, 그 다음엔 요걸 해서 저런 길로 가면 돼'라고 누군가 정해준다면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까 머리가 터질 뿐이다. (심할 경우엔 정신건강도 같이 터진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튼 시미니가 실종된 후의 톨비쉬도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정불변하는 진리가 눈앞에 있던 시절엔 거기에 의지하고 살면 되기 때문에 미래를 불안해 할 필요가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진리가 사라져 버린다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해야 하는 때가 오는 거다. 기존의 신념을 고수할 것인지, 현실에 적응하고 다른 신념(진리)체계를 세울 것인지, 혹은 제 3의 대안을 고안할 것인지. 엄청난 갈등이 몰려든다. (갈등으로만 끝나면 다행이고, 심하면 정신건강이 222222) 

g21 결말부의 톨비쉬의 독백도 이런 '불확실성이 야기한 불안'을 토로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C6에서의 행보는 이런 고민 끝에 그가 나름대로 도달한 타협(마음 정리)이었고. 

그리고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야말로 실제 인간의 삶에서 필연적으로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는 요소라는 점을 생각하면, 톨비쉬가 (작중 설정상) 아무리 초월적이고 비범한 면모를 여럿 가졌다고 해도, 결국 그 애는 인간이 아니었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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