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태섭은 교내신문의 구인구직란에서 살짝 시선을 들어 앞을 흘낏했다. 식탁에서는 우성이 상기한 얼굴에 꽃받침을 한 채로 조잘대고 있었다. “응, 남농이랑 여농이랑 같이 놀러간대! 방학이니까! 못 들었어?” “흐음.” 영 미적지근한 반응에 우성의 눈썹이 팔자로 늘어졌다. “같이 갈 거지?” “필참 아니지 않아? 가고 싶은 사람만 얘기하라고 했고.” “...
하우스 메이트에서 연인으로 관계를 바꾸는 건 꽤 편리한 일이었다. 따로 수고를 들일 필요도 없었다. 이미 한 지붕 아래 같이 살고 있으니. 칫솔도 두 개, 슬리퍼도 두 짝, 수저도 두 짝. 원래부터 한 쌍이었던 것처럼 모든 게 두 개씩 준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마음이 통한 첫 날부터 몸까지 트고 봤더니 더 이상 내외할 게 없는 사이가 됐다고 할까, 십 년 ...
“이것은 신성한 계약이다.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이념과 상호호혜로 맺어진 피의 맹약이라는 것이지. 한 번 서약하면 무를 수 없어.” “어차피 무른다고 하면 암바 걸 거잖아(요).” “그야 넌 나한테 B를 빚졌으니까…… 아무튼, 미를 모르는 무지한 인간들이 언더컷의 미학을 두고 허튼소리를 해도 꿋꿋이 이겨낼 자신 있나?” “있습니다...
힘들고도 지치는 금요일 밤. A주립대학 농구팀의 정우성 군은 정오부터 이어진 맹연습을 마치고 막 집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A대학 농구팀은 NCAA에서 높은 랭킹을 자랑하는 만큼 그 훈련 메뉴가 까다롭고 험하기로 유명했고, 그 악명답게 우성은 탈진 직전 상태가 되어 겨우 버스 막차를 타고 돌아왔다. 중고등학교 때 이미 졸업했다고 생각한 기초연습부터 듣도 보도...
우성의 연인에게는 한 가지 몹쓸 버릇이 있다. 바로 긴장하면 헛구역질을 한다는 점이다. 우성은 그것이 늘 마음에 안 들었다. 속을 게워내지는 않더라도 위산이 역류하면 위도 상하고 목도 상하고 얼마나 몸에 안 좋은데. 역류성 식도염에 걸리기 딱 좋은, 나쁜 버릇이다. 이런 이상한 습관이 생긴 이유는 대강 짐작이 간다. 어렸을 때 사별한 형이 있다고 들었다. ...
1. 덕규는 당혹스러웠다. “대협아, 이러면 곤란하다…….” 왜 당혹스러울까? 무엇이 곤란할까? 건장하다 못해 거대한 청년이 화창한 일요일에 앞치마를 두르고 한 손에는 회칼을 든 채로 비질비질 땀을 흘리는 것은 어떤 까닭이 있어서인가? 답은 맞은편 손님 석에 앉아서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윤대협 소년 때문이었다. 크고 서글서글...
“나도 태워 줘.” 짐짓 당당하게 요구하는 주제에 주머니에 숨긴 손은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상처자국 하나 없이 매끈한 얼굴, 길고 곧게 뻗은 손, 값비싸 보이는 농구화. 정대만이 무심하게 걸치고 다니는 옷가지는 하나 같이 브랜드 로고가 붙은, 제법 비싼 물건들이었다. 한 눈에 봐도 잘 사는 집에서 귀하게 자란 도련님. 무슨 겉멋이 들었기에 자기도 끼워...
* 번역 허락 및 작품 소개는 0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Ao3에서 보기 웅가로 압둘과 폴나레프, 이기는 뉴욕에서 내렸고 죠나단 일행만 샌디에고로 여행을 계속했다. 나폴리에서 샌디에고까지는 총 열 일곱 시간이나 걸렸고, 덕분에 마침내 땅에 발을 디뎠을 때 죠나단과 디오는 시차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이륙한 지 열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과 놀아줄 ...
* 번역 허락 및 작품 소개는 0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너무 오랜만이라 민망하네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마저 옮겨보겠습니다. * 이번 편부터는 행갈이 없이 원문의 단락 나누기를 따라 갑니다. Ao3에서 보기: 죠린 폴나레프와 압둘은 그날 저녁 나폴리에 도착했고, 곧바로 뉴욕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죠타로에게 전화해봤습니다.” 압둘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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